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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터

한국의 장터

장터는 물물교환을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일용품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장에 갈 때 현금을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을 만큼 농산물을 가지고 나가 장터입구에 진을 치고 있는 장돌뱅이를 만나, 밀고 당기는 흥정에 물건을 팔아 그 돈으로 필요한 잡화용품을 샀다. 교통이 편리해지고 동네마다 마트가 생기자, 보부상 대신 장돌뱅이들이 오일장을 순회하기 때문에 지역적인 특산물 찾기가 어려워졌다. 장터는 5일만에 만나는 기다림의 틀이다.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을 하나로 묶는 끈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터는 축제의 날로 대중 집회를 열어 여론을 형성했던 우리 한국인의 모태였다.
지금도 여전히 장터는 그 지역 생활문화의 꽃을 피우는 창으로 지역경제의 모세혈관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다. 사람과 땅은 모든 생명을 만들어낸다. 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 돈보다 귀한 사람의 정(情)에 자본주의의 물결 또한 잠시 멈춘다. 자연과 흙과 나무에서 흘러나온 푸르디푸른 남도의 걸쭉한 육자배기가 장터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우리네 시간과 삶이 생생하게 살아있어 마치 고향에 온 듯하다. 또한 우리 선조들의 삶의 얼굴이다. 두꺼운 책처럼 지혜가 들어있는 이동하며 말하는 박물관이 한국의 장터다. (정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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